수기 /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이지영

안녕하세요. 저는 1형당뇨를 가지고 있는 8살 다온이의 엄마 이지영입니다.

저희 다온이는 6살이 되던 3월에 1형당뇨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해는 다온이 오빠인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정신이 없던 때라 자연스레 둘째 다온이에게는 신경을 덜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온이가 물을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많이 먹는다니 화장실도 자주 가는구나 싶었고 겨울 끝에 걸린 감기에 아이가 살이 많이 빠졌네 하고만 넘겼습니다. 다음, 다뇨, 다갈.. 당뇨의 3대증상이 다온이한테 뚜렷이 보이고 있었지만 이렇게 작고 어린 아이에게 그런 무서운 걱정을 하는 제가 너무 극성맞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날수록 다온이는 물을 더 찾았고 자다가도 화장실을 가고 이불에 실수를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진단받기 전날 밤, 첫째의 학원 숙제가 유달리도 많았던 그날.. 퇴근해서 첫째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는데 그날따라 다온이가 자꾸 저에게 매달리며 칭얼댔습니다. 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빨리 첫째의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저는 다온이가 좋아하는 초코쨈을 바른 모닝빵을 주고 먹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하나를 다 먹었는데도 숙제가 끝나지 않아 두 개를 먹였어요. 그때도 다온이는 계속 목이 마르다고 했었지만 저녁에 물을 많이 먹고 자다가 밤에 또 실수를 할까봐 물을 조금씩 줬었습니다. 물을 더 달라는 다온이에게 “자기 전에 한 모금 더 줄 거야. 참고 있다가 그때 먹어.” 라고 했는데 다온이도 밤에 실수할게 걱정되는지 참더라구요. 그러면서 또 화장실을 몇 번씩 가게 한 뒤 아이들을 재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까지 했는데 실수하지 않겠지..

잠든지 30분 쯤 됐을 때 다온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며 오줌을 쌌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 놓고 이불을 확인하니 이불은 괜찮았어요. 아이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방문 앞에서 못참고 싸버린 것이더라구요.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집 가장 쪼꼬미, 내 작은 보물, 다온이에게 당뇨가 와있음을요.. 자려고 누운 아이를 다시 깨워 혈당을 쟀습니다. HI...

그렇게 하늘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된 것인지 원인을 찾고 싶었습니다. 일시적인 췌장염이기를 수도 없이 기도했지만 다온이는 1형당뇨병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작고 여린 몸에 “먹을 때마다 주사”라는 멍에를 지어 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혈당에 매여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겁에 질려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고 참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 엄마, 아빠가 열심히 공부하고 인슐린 계산해서 다온이 먹고 싶은 거 다 먹게 해줄게. 안 먹는 건 있어도 못 먹는 건 없어!

슬퍼하는 것은 여기까지.. 이제는 다온이의 병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긴 인생을 놓고 보면 어느 한군데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기적같이 어려운 일이지요. 다온이는 췌장이 아팠던 거고, 다른 장기에 비해서 췌장은 인슐린 주사라는 대체재가 있으니 그 점만 받아들이면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자기는 1형당뇨가 있냐는 다온이의 질문에도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빠는 코가 안 좋아서 코골이 수술도 하고 엄마는 허리가 많이 아프고 눈도 나빠서 수술하고 오빠는 아토피가 심한 거처럼 다온이는 췌장이 아팠던 거야. 누구나 아픈 데는 생기는데 아픈 데를 잘 관리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래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가늘디 가는 인슐린 주사뿐 만 아니라 3일에 한번 씩 바꿔야하는 펌프 주사바늘도, 1주일에 한번 씩 바꿔 달아주는 연속혈당기 바늘도 다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온이와 같이 주사를 맞았습니다. 다온이가 펌프 주사바늘을 달아야 하는 날은 제 몸에 직접 그 주사를 붙여보라고 다온이에게 시켰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할 때면 다온이가 먼저 엄마 몸에 놓아보게 했습니다. 자기 몸이 아니니 제 몸에 주사를 놓을 때는 다온이가 과감하게 놓더라구요. 겁도 없고 요령도 없이 놓는 주사라 조금씩 아프기는 했지만 하나도 안 아프다고 오버하며 칭찬해 주었더니 다온이도 편하게 주사를 맞기 시작했고 8살이 된 지금은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습니다.

연속혈당기도 다온이와 같이 몇 번 제가 달아 보기도 하고 2형 당뇨인 할머니에게도 달아드리고 했더니 이제는 선배가 된 것 마냥 젠체하며 “쪼끔만 아픈거 참으면 나중엔 안 아파요.”하고 할머니 손을 잡아주며 설명해주곤 합니다.

연속혈당기와 펌프로 APS를 하며 희망을 얻고 난 후 ‘나는 비록 당뇨 환아의 엄마로 살겠지만 너는 당뇨 환아로 살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비당뇨인 아이들과 같이 가리는 음식 없이 먹고 싶을 때 먹게 하고 고혈이면 적절한 인슐린 양을 주입해주지 음식을 제한하면서 혈당이 떨어지게 일부러 운동을 시키고 하지는 않겠다구요.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가끔은 당뇨 환아 티를 내야 될 때가 생깁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보면 저혈당이 되어 저혈 간식을 먹여야 할 때가 있고 인슐린 주입에 문제가 생기면 옷을 올려 인슐린 주사를 맞춰야 합니다. 이럴 때 저희는 다온이가 1형당뇨임을 주변에 알렸습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다온이 몸상태를 설명하고 연속혈당기와 펌프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놀이터에서도 아이가 1형 당뇨인 것을 많은 친구들이 알아서 다온이가 어지럽다고 하면 다온이 손을 잡아주는 친구, 제게 뛰어와서 알려주는 친구, 같이 저혈간식을 먹으려고 줄을 서는 친구 난리난리입니다.

같은 환우 아이들 사이에서도 사춘기가 되면 1형당뇨를 밝히길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아직 8살인 다온이는 제가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대로 세상을 보는 나이라서 1형당뇨는 많은 사람들이 걸리지 않아서 잘 모르는 병이고 불편할 뿐이지 숨기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이 병을 아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라도 엄마인 제가 먼저 병을 오픈하고 제대로 설명하면서 다온이에게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알려줍니다. 아무려면 어린 아이가 왜 자기가 중간중간에 저혈 간식을 먹어야 하는지,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는 것보다 엄마가 미리 제대로 설명해 놓는 것이 낫겠지요. 지금은 다온이가 어리니 제가 대신 하는 것이지만 몇 년 뒤 다온이가 더 크면 스스로도 거리낌 없이 자기의 병을 말할 수 있고 잘못된 시선은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쿨하고 대범한 마음이 아이 가슴 속에 자리 잡혀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처음 진단 받고 퇴원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그때는 다온이는 유치원을 그만두고 저는 바로 육아휴직을 해서 둘이 늘 붙어 다니며 혈당만 보고 살았습니다. 혈당 관리를 잘 하지도 못하면서 그 혈당에 쩔쩔 매며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동동거리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다온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친구들과 급식도 맛있게 먹고 옵니다. 식단표를 보는 법을 스스로 배워와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과 주스가 너무 맛있다며 언제 무슨 메뉴가 나오는지 혼자 살펴보곤 합니다. 친구 집에도 저 혼자 놀러갔다 오곤 하지요. 친구 부모님이 주시는 간식이 먹고 싶으면 사진으로 찍어 저한테 보여줍니다. 아직 스스로 인슐린 양을 정할 내공은 되지 않아서 엄마한테 수시로 물어보고 있지만 그 경험도 다온이가 혈당 관리를 하는데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긴 수기를 쓰는 이유는 새로 진단받는 환우들을 위해서입니다. 저희도 하늘이 무너진 듯 희망을 잃고 암흑에 내던져진 것 마냥 지냈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솟아날 구멍은 분명히 있었고 조금 불편할 뿐 밝고 건강하게 웃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APS를 달아 원격으로도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해주시고 아이들이 마주치는 사회의 현안마다 해결하려 앞장서 주시는 우리 환우회 대표님께 희망을 얻고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저희가 갔던 좌충우돌 이 길이 새로 따라 오셔야 하는 환우들께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긴 글보다 건강한 다온이의 오늘과 내일이 그분들께 더 큰 힘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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