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60 넘어서 1형 당뇨환자는 처음입니다

최외숙 (부산왕눈이)

2020년은 환갑인 저에게 통째로 들어 내버리고 싶은 한해이자 특별한 선물을 받은 한해였으며, 그 특별한 선물은 원인도 알 수 없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1형 당뇨 판정이었습니다.

7월 31일, 밤새 물을 들이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아침에 탈진 상태로 인근 병원을 찾아 어제 음식을 짜게 먹었는지 물이 엄청 당기는 것 같다고 했더니 몇 가지 검사 후 당화혈색소6.5, 당이 580으로 나왔다며 우선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하였습니다. 일주일간의 입원 중 혈당은 잡히지 않았고 하루에 한번 인슐린 투여와 약 처방전을 받고 퇴원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다시 입원 권유를 받았습니다. 집안이며 주위에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뒤적이면서 당뇨에 좋다는 돼지감자를 박스채로 사서 말려 차를 만들어 마셨고, 지인들은 당뇨에 좋다는 여주차, 여주가루, 비트 등등 당뇨에 좋다는 것들을 갖다 주어 꾸준히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딸집을 방문할 일이 생겨 하루에 한 번씩 맞던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고 약으로만 처방받아 9월 17일 서울 딸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보고 싶었던 딸과 손주의 얼굴을 보기위해 딸집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때 고구마 먹은 것이 체했는지 속이 거북해져서 ‘잠깐 누었다 일어날게’ 하며 자리에 누웠으나 곧 속이 울렁거렸고 토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많이 체했는가보다’하며 소화제도 먹고 손가락도 10개 다 따기도 했으나 약을 먹기 위해 먹은 물까지 다 토해냈고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사위의 차에 실려 강남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온몸에 링거와 기계들을 주렁주렁 연결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받은 병명은 케토산증을 동반한 당뇨라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 한 번 번갈아가며 잠깐 왔다가는 아들과 딸을 만나고 보낼 때마다 ‘하나님 아버지,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70까지는 우리 애들한테서 엄마를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라며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퇴원 후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이왕이면 팔십까지로 하지 왜 칠십으로 낮춰 말했냐?’고 놀림 받았지만 정말이지 그땐 갈급했습니다. 이후 일반병실로 올라와 모든 검사를 다했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고 인슐린과 소모성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 후 하루 4번 인슐린 투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퇴원 후 부산 집으로 내려온 뒤 11월 18일,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최종적으로 1형 당뇨를 판정받고 60넘은 나이에 1형 당뇨환자는 처음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 나이에 왜? 나한테 왜?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는 없는데…….’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며 하루에 4번씩 인슐린을 몸에 찌르며 울고, 한웅 쿰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주워들며 욕실에 주저앉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발바닥 상처를 당으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생각하고 고압산소 치료병원을 검색하며 며칠 밤을 두려움 속에서 지새운 일이며, 내 몸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다 당뇨의 합병증이라고 단정 지으며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슈가트리」를 알게 되면서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환우회의 관심 속에 “우리는 가족” 채팅방에 초대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분들은 주말 개인 시간까지 내어 저에게 덱스콤 센서를 달아주셨고 공폰 으로, 워치로 당의 수치를 확인하며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채팅방 이름처럼 가족처럼 다들 먼저 다가와 주셨고 하루에도 10번, 20번씩 ‘훅 올라오는 고혈당, 돌아서면 곤두박질치는 저혈당’에 대해 물을 때마다 꼼꼼히 답해주었습니다. 혼자서 센서를 처음 부착할 때 트랜스미터가 빠지지 않아 겁이나 어쩔 줄 몰라 문의 했을 때도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도 챙겨주는 “우리는 가족” 식구들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삶을 어느덧 울고 웃으며 한걸음씩 적응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슈가트리」 온라인 신입 간담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자기소개를 통해 각자의 삶이 다른데도 비슷한 모습을 볼 때면 다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소속감을 통해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의 경험담 및 앞선 분들의 발자취를 통해 오늘의 이런 편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탄수화물 비, 주사량, 주사시간, 추가주사 등 아직도 익숙하지 않는 단어들을 알아가며 1형 당뇨는 자가면역질환,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평생 혈당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혈당관리를 잘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서 앞으로 펌프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내 탓이야? 왜 내가?’ 자책을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동굴 속에서 빛을 보고 환자와 환자가족이 나와야 한다는 대표님의 말씀처럼 빛을 향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기

김환희

"그럼 주사는 몇일동안 맞으면 되나요?" 제가 대학병원에서 1형당뇨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제일 처음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고 바보같은 질문이었지만, 그때는 정말 몰랐고 모르고 싶었기도 했나 봅니다. 모니터만 보시던 선생님이 의아해 하시면서 "이건 평생 맞는거예요. 평생"이라고...

이태승

내 아이의 1형 진단. 아이가 받을 충격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다른 가족에 대한 배려 등을 생각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의연하게 참아내며, 조용히 이후의 일들을 알아보고, 차분히 예상하며 관리를 진행했어야 했겠지만 저는 그런 현명한 엄마는 애초에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었어요. 대번에 무너져 내리고 물색없는 눈물만...

더보기

1형당뇨 회복기 및 적응기

2019년 9월16일 추석부터 기침하던 딸을 아빠와 함께 소아과에 보냈습니다. 진료를 보고 난후 뜻하지않게 폐렴으로 입원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원후 간단한 피검사에서 혈당수치가 500이 넘는다는 결과를 들었고, 당뇨일수도 있지만 아이가 아파서 일시적으로 혈당이 높을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더보기

심태용

2013년 12월 13일,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께 병원에 좀 데려가 달라고 전화를 드렸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적잖이 놀라셨는지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1시간도 안되어 도착하셨던 것 같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 타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 분들께서 분주히 이것저것 검사를 시작했고...

더보기

박규형

“아! 나 너무 행복해” 2021년 5월의 어느 오후다. 친구들과 신나게 논 후 집에 온 아이가 사탕을 입에 물며 외친다. 어느 부모나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아이의 행복은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것은 3년 전 우리에게 불현듯 찾아온 낯선 손님...

더보기

대전연이맘

안녕하세요? 저는 1형 당뇨 1년차가 된 4살 아이를 키우는 아이 엄마입니다. 오늘 제가 좋아하는 야구팀을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을 10가지를 말씀드려볼게요. 1. 어제 잘 이겼다고 오늘도 이기는 법 없다. 2. 초반에 안타, 홈런 나오고 잘 해도 그 흐름이 끝까지 안갈 수도 있다. 3. 늘 믿었던 4번 타자가 오늘은 꽝일 수 있다...

더보기

그래도 아빠는 널 사랑해..

“여보세요. 민채 아버님되시죠? 가능하시면 오늘 중으로 입원하셔야 할듯해요. 자세한 내용은 입원 수속후 설명 드릴께요.” 여느때와 다름없던 2월의 어느날 걸려온 담당 의사의 전화 한 통으로 우리의 시련이 시작되었지. 생전 듣도 알지도 못하던 의학 용어와 수 많은 수치가 그리 우리에겐 크게 와닿지도 않았지만...

더보기

이지영

안녕하세요. 저는 1형당뇨를 가지고 있는 8살 다온이의 엄마 이지영입니다. 저희 다온이는 6살이 되던 3월에 1형당뇨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해는 다온이 오빠인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정신이 없던 때라 자연스레 둘째 다온이에게는 신경을 덜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온이가 물을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더보기

사춘기에 만난 1형 당뇨

2020년 11월, 1형 당뇨로 진단받다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이에게 앞으로 얼마나 힘겨운 일들이 생길까’ ‘차라리 내가 아팠더라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아이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2020년 11월은 우리 가족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엄청난 슬픔의 시간이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에...

더보기

예지후기

2019년 6월 22일 토요일 이상하리 만큼 안잊혀 지는 날입니다. 잊을수 없는 날이기도 한 날이기도 합니다. 먹는 것을 참 좋아했고, 행복해 했던 저희집 큰 딸 예지! 초등학생때는 키 크려고 살이 통통할만큼 오르다가, 아이가 키가 크면서 살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고, 중학교 가면서 훌쩍 큰 키로 살이 빠지나 보다, 어릴 때 통통한...

더보기

오유나

2006년 가을, 생후 100일도 채 되지 않던 내 아이가 밤새 보채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 날, 소아과의 감기약이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의 직감으로 느끼고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케톤산증으로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이틀 안에 깨어나지 못하면 가망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더보기

김수현

저는 그날, 7살이었던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었습니다. “아이고... 혈당이 591 이네요.” 당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591이라는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지체없이 인슐린이 투여되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아이의 발그레한 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의 눈이 다시...

더보기

60 넘어서 1형 당뇨환자는
처음입니다

2020년은 환갑인 저에게 통째로 들어 내버리고 싶은 한해이자 특별한 선물을 받은 한해였으며, 그 특별한 선물은 원인도 알 수 없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1형 당뇨 판정이었습니다. 7월 31일, 밤새 물을 들이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아침에 탈진 상태로 인근 병원을 찾아 어제 음식을 짜게 먹었는지 물이...

더보기

`1형당뇨`라는 시련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엮어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주에 사는 송다경, 송태결 가족입니다. 저는 아빠고, 엄마, 큰딸, 큰아들, 막내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이며 그 중 다경이 태결이 두 아들이 1형당뇨인입니다. 2014년 9월 저희 막내 태결이가 생후 10개월 때쯤 되었을 때 며칠간 기저귀에 소변도 많이 보고 물도 많이 마시고 징징대더니 새벽에 눈이 돌아가고 기절을...

더보기

16살 소녀의 가혹한 겨울이,
따스한 봄이 되기까지

2003년 2월, 열여섯 살 겨울의 끝자락에서 원인 모를 갈증과 어지러움으로 쓰러져 입원했던 나는 케토산증과 함께 ‘1형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다. 눈을 떠보니 이제는 먹을 것을 제한해야 하고 특히 음료나 간식 같은 것을 먹지 못한다고 들었다. 당뇨라는 말을 듣긴 들어봤었는데 내가 1형 당뇨라니. 뚱뚱하지도 않은 내가 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