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심태용

2013년 12월 13일,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께 병원에 좀 데려가 달라고 전화를 드렸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적잖이 놀라셨는지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1시간도 안되어 도착하셨던 것 같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 타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 분들께서 분주히 이것저것 검사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혈당이 너무 높아 측정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그리고 두번째인지 세번째인지 검사를 한 뒤에야 측정이 되었다며 알려주신 혈당 수치는 무려 819 mg/dL. 당시엔 혈당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몰랐지만, 젊은 사람이었으니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다, 그래도 이 정도 버틴게 대단하다 하는 등의 말들이 들렸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아직 확진을 받은게 아니기도 했고, 처음 입원한 병원에서도 더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며 급히 엠뷸런스를 태워 보냈다. 몇 군데 병원을 더 거쳐 부천의 순천향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교통사고와 같은 일이라며 위로해 주셨고, 처음엔 힘들겠지만 충분히 관리해 낼 수 있는 병이라며 빠르게 관련 검사 및 교육을 시작해주셨다.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번씩 변했고, 같은 입원실에 있던 최악의 예시를 보여준 환자 때문에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나 두렵기도 했다(정신적인 문제도 있던 분인데, 친형과 의사 선생님께 혼나면서도 폭식과 흡연을 반복했고, 이를 4개나 발치를 하고 나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하루하루 망가져가는 모습이 당시엔 너무 큰 충격이었다.). 또 내 자신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처음 본 어머니의 펑펑 우시는 모습과 내가 힘들까 앞에선 내색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하지만 이미 1형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그도 그럴게 당시 63kg 근처였던 몸무게는 53kg까지 빠져 있었고, 거의 한 달 간 음식을 제대로 넘길 수 없어 음료수만 마셨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조금씩 더 움직이고, 혈당도 어느정도 안정되자 백태가 잔뜩 껴 갈라지고 피가 나던 혀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상처에 났던 염증도 많이 가라앉았다. 이렇게 잘 극복을 하고 있나 하던 순간 또 다른 고난이 찾아왔다. 바로 식단 문제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여느 부모님이나 그렇듯 나 역시 음식을 제한하셨기에 식사 시간은 제일 싫고 짜증나는 시간이었다. 내 앞에 있는 음식이 너무 꼴도 보기 싫어 그냥 치워버린 적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는 있는대로 짜증이나 밥을 한 입에 욱여넣고 씹지도 않은 채 삼켜버린 적도 있었다. 퇴원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식단이었던 것 같다. 이후로도 몇년간은 당뇨에 좋다는 돼지감자, 여주 같은 것들이 집에 가득했고(1형 당뇨엔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풀만 가득한 밥상이 나를 괴롭혔으니 말이다.

이렇듯 퇴원을 하고 나서도 바로 모든 것을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ROTC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 연속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진행하기가 어려웠고,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불규칙한 대학생활에 매번 검진 결과는 당화혈색소 8점대 후반을 찍고 있었다. 또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5년이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1형당뇨병 인식 개선 공론장”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 후로도 세 달이나 더 지난 후였다.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해도 식단과 운동은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만 해야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조금 더 자유롭고 즐겁게 식사를 하고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다. 가려야 하는 음식도 없고 하면 안되는 운동도 없다. 오히려 음식도 운동도 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래야만 저혈당과 고혈당에 지나치지 않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예시로, 나는 당분 15g으로 저혈당 증세에 대처가 된 적이 거의 없었다. 보통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15g 정도의 당분을 섭취하고, 10분 뒤에도 오르지 않으면 추가로 섭취를 하라는데, 대부분의 경우 25g정도가 가장 적당했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포도당캔디(5개), 젤리(5~8개) 등의 가장 적절한 양을 찾아 두었다. 반대로 고혈당이 지나치게 오래 가는 음식들도 있었다. 떡볶이나 단백질과 지방 중심인 식단이 그랬다. 식전 주사를 하고 먹으면 오히려 저혈당이 왔다가 6~8시간 뒤에야 혈당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뒤끝이 긴 음식”이었다. 이 경우, 혈당이 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 평소 주사량의 50~70%정도를 맞고, 혈당을 자주 측정하며 추가주사를 한다. 그리고 위에 말한 6~8시간정도까지는 혈당을 최대한 자주 살핀다.

운동의 경우 평소 하고 있는 웨이트도 있지만, 등산을 했을 때의 혈당 패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언가를 먹으면 무조건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런 편견을 깨 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매번 등산을 할 때마다 저혈당 증상이 있어 일부러 주사를 하지 않은 채 등산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주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혈당이 많이 떨어졌고, 어떤 때는 오히려 간식을 추가로 먹어야 했다. 몇 번 더 테스트를 하고 나자 인슐린을 무조건 맞는게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운동을 할 때와 안 할 때 주사량을 달리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하거나 (나의 경우)등산을 할 때는 주사량을 평소의 20~30%까지 줄여야 한다는 점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확실히 각자만의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은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경험을 쌓지 못했다면 아마 틀에 박혀 사는 삶을 살고 있진 않았을까? (이건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을 싫어한다. 1형 당뇨병 덕분에(?) 운동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다.

끝으로 이렇게 회복해 가는 과정에는 가족과 주변인의 노력과 도움도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위로조차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무조건적인 도움이나 걱정 어린 시선보다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편견 없는 시선”이 나에겐 가장 힘이 됐다. 그리고 나는 이런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참 잘 버텨냈고, 참 잘 살고 있다. 적어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이런 편견 없는 사람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드리며,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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