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박규형

“아! 나 너무 행복해”

2021년 5월의 어느 오후다. 친구들과 신나게 논 후 집에 온 아이가 사탕을 입에 물며 외친다. 어느 부모나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아이의 행복은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것은 3년 전 우리에게 불현듯 찾아온 낯선 손님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았던 어느 봄날의 밤이었다. 우리 가족은 따뜻한 집이 아닌 차가운 공기와 무서운 소리로 가득 찬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있었다. 아이가 어려 주사를 넣어야 하는 혈관을 찾기가 힘들었다. 아이의 몸에 몇 번씩이나 무서운 바늘이 들어갔고, 아이는 울부짖었다. 그 날 밤은 아마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게 그 날 밤, 아이는 ‘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앞으로 어쩌면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이자 도전이 시작되었다.

대학병원에 일주일간 입원을 했다. 아이는 먹을 때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 혈당이 높으면 주사를 더 맞아야 한다. 잔인한 시련을 준 세상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병원 편의점에 놓인 과자와 주스를 바라보며 한 없이 눈물 흘린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앞으로의 생활이었다. 유치원은 잘 다닐 수 있을까?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지낼 수 있을까? 아이스크림, 과자 등은 먹을 수 있을까? 혈당을 어느 정도로 유지를 해야 하는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때부터 엄마 아빠는 바빠졌다. 끝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풀리지 않는 질문들과 함께 화창했던 5월 5일 어린이날 퇴원을 했다. 진짜 1형 당뇨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낯선 손님인 1형 당뇨와 친해지고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2가지를 공부해야 했다. 물론 그 공부는 끝이 없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첫 번째, 내 아이한테 맞는 최적의 관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의학 및 IT의 발달로 1형 당뇨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 다양한 기기의 도움을 받아 관리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1형 당뇨 환우회 커뮤니티의 경험담을 거의 모두 찾아보고, 새벽까지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고민 끝에 아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부착했고, 보조주사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혈당을 적정 범위로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누구나 제일 좌절하는 순간은 정말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나올 때 일 것이다. 근데, 1형 당뇨를 가진 아이의 부모라면 아마 이런 감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낄 것이다. 혈당을 적정 범위로 유지 시키면서, 아이가 마음 편하게 먹고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매일 기록하고, 몇 번씩 고민하며 주사할 인슐린 용량을 정했다. 노트에 데이터가 점점 쌓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점점 아이의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1형 당뇨와 친구가 되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 엄마, 아빠 둘만의 노력의 결과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혈당에 따라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하는 아이를 항상 먼저 배려해주는 따듯한 가족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 아이가 친구들과 같은 간식을 먹고,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하루에도 3~5번씩 주사를 직접 해주신 천사 같은 선생님이 계셨다. 힘든 길을 혼자가 아닌 같이 가는 1형 당뇨를 함께 이겨내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무엇보다도 큰 숨겨진 힘이 우리 가족에게는 있었다.

그건 바로, 아이 그 자신이다. 하루에도 10번 넘게 주사를 맞고, 혈당이 낮으면 새벽에도 일어나 요구르트를 마셔야 한다. 가끔은 혈당이 높아 먹고 싶은 간식을 참아야 하고, 학교나 학원에서 혈당이 낮다는 문자를 보면 주스를 마셔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내는 아이의 힘이 우리 가족이 1형 당뇨를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이의 부모로서 작은 소망과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소윤아, 엄마, 아빠는 항상 소윤이가 자랑스러워! 지금 느끼는 행복한 감정이 언제나 함께할 거야, 사랑해!”


수기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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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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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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