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김수현

한지윤(12세), 엄마 김수현

저는 그날, 7살이었던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었습니다.

“아이고... 혈당이 591 이네요.”

당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591이라는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지체없이 인슐린이 투여되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아이의 발그레한 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의 눈이 다시 반짝였습니다. 그러고보니 한달 쯤 전부터 아이는 부쩍 피곤해했고, 푸석했으며 반짝이던 눈빛도 잃었었습니다.

“아이는 전형적인 1형당뇨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췌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슐린을 분비해내지 못하는 병이라 인슐린 투여가 필수입니다.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아이는 생존할 수 없을 겁니다.”

마지막 한 마디가 귀 안에 박혀 메아리쳤습니다. 우리 아이는 생존할 수 없다. 우리 아이는 살 수 없다. 그 말을 되뇌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입은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인슐린만 잘 맞으면 되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퇴원후, 달라진 것은 인슐린 주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형당뇨의 특성 상, 최소 하루 8번의 혈당검사를 해야 했고, 주방에는 전자저울을 준비했으며, 아이 가방에 저혈당 대비 간식을 넣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와중에도 우리 가족은 이 많은 변화에도 불구에도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표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지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잦은 혈당 검사로 7살 아이의 손끝엔 굳은 살이 생겨갔고,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웃옷을 걷어 턱으로 붙잡고 배를 꼬집어 주사를 해야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배에 주사를 해보겠다고, 귤에 인슐린 주사기를 찌르는 연습을 하던 7살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엄마인 저에게 너무 가혹한 슬픔이었습니다. 인슐린만 잘 맞으면 될거라 생각했지만, 혈당 관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김미영 대표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에서만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건 굳은 살이 가득한 손끝이 모자라, 발가락에서까지 채혈하던 저희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의료기기였어요. 어쩌면 대표님이 저희 아이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독하리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매달렸습니다. 타고난 성정이 고우셨던 대표님은 아마 이런 제 마음을 결코 모른 척 하실 수 없었을겁니다. 간절함으로 타들어가는 제 마음을 왜 알지 못하셨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어느 날, 1형당뇨라는 타이틀을 준비 없이 가지게 되어버렸는걸요.

대표님의 희생과 표현할 수 없는 노력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자유로이 사용하게 된 이후로, 아이의 딱딱했던 손 끝이 다시 새 살로 말랑해졌습니다. 말랑해진 손끝만큼 우리의 마음도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1형당뇨를 만난 것은 분명한 슬픔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그 슬픔에 포위되어 살지 않고 있었어요.

7살 아이는 어느새 12살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발병 5년 동안 당화혈 5.4~6.4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며, 병원에서도 혈당 관리의 모범사례라며 늘 칭찬받고 있습니다. 매년 학급 회장도 놓치지 않으며, 모든 일에 ‘열심’으로 무장하는 자랑스러운 제 딸이랍니다.

사실 1형당뇨가 생기기 전에는, 우리 아이를 향해 이렇게 기도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아이의 삶을 살 때 힘든 고비를 피해가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삶의 고비를 만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딱 지금처럼만요.”

혹시 이 책을 읽는 분들 중에는, 저와 같은 경험을 막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수 있겠지요. 1형당뇨는 조금 불편하고,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복에 집중하며 마음을 서서히 열어보세요. 1형당뇨병환우회와 슈거트리가 그 마음열기와 행복집중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제 딸을 비롯해 모든 당뇨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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